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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마케팅과 인문교양 수업을 같이 들은 일이 있었다. 대학 3학년때 인 것으로 기억하는데 아주 혼란스러운 강의들이었다. 아직 어려서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았고 직접적 경험보단 배워야 비로소 아는 꼬꼬마로서 배경지식이 없던 탓이다. 마케팅 수업에서는 열심히 소비자들에게 소비욕구를 불러일으키는 방법에 대하여 전략 및 전술적인 열강을 하는 반면 인문교양 수업에서는 마케팅과 광고 및 공교육 제도에 대해서 신랄한 비판을 하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시장제도에서 구매력이 없는 인간은 아예 '생각의 대상' 조차 아니다. 잠재적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이나 광고 전략에 접하기 전에는 일지 않았던 욕망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인간을 존재적 실존이 아닌 소유적 실존으로 만드는 사회양식은 매우 비판받았다. 더불어 놀라웠던 점은 대학교 마케팅 수업에서 인간을 대상으로 엄청난 전략을 가르치고 있는 점이었다. 새삼스러운 일인지 모르나 해당 상품을 구매하지 않으면 불행한 마음을 가질 수 있게끔 마케팅 전략을 짜라는 수업 내용은 나를 경악시키고도 남았다.



절대 진리나 선이 부재한다는 것쯤은 이제 아는 수준이 되었다. 충돌하는 이론과 주장을 동시에 접하면서 일던 혼란도 이제는 차라리 재미있고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정도는 되었다. 개인에게 있어 충돌하는 가치관을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정립시키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사회에서 타인의 입장을 어느만큼 존중하고 타협에 이르는가도 중요한 일이다.

그냥 일전의 경험이 왠지 가슴을 차올려서 끄적이게 되었다. 지금은 사민주의를 까는 입장과 옹호하는 입장을 동시에 접하고 있다. 이제나 저제나 양극단이 아닌 것은 유리하기 보다는 까이기 십상이다. 밑천이 슬슬 드러나고 감정만을 끄적이는 때에 다독과 다상량이 더 필요한 날이다.

사람의 생각이란 그것이 자본에 의한 것이든 학문에 의한 것이든 항상 무언가에 종속적이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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